1강
공식을 그냥 외우면 왜 금방 잊어버릴까
2026. 9. 18. · 조회 2
학습목표
이 강을 다 읽으면 세 가지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첫째, 내가 지금 공식을 "소리로" 외우고 있는지 "의미로" 외우고 있는지 스스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둘째, 곱셈공식 하나를 직접 유도해 보고 그 유도가 왜 암기보다 오래 남는지 설명할 수 있습니다. 셋째, 이 시리즈에서 다룰 유도·연결·정리 3단계가 각각 무엇을 해결하는지 알고 다음 강으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배경·개념 도입
중학교 수학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외울 것이 갑자기 늘어납니다. 중2에서 지수법칙과 다항식의 계산이 나오고, 중3에서는 곱셈공식, 인수분해, 이차방정식의 근의 공식, 삼각비, 원의 성질이 몰려옵니다. 단원 순서나 배치는 학교·교재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공식의 밀도가 확 올라가는 시기"라는 점은 대체로 비슷합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시험 전날에는 분명히 다 외웠는데, 2주 뒤 다음 단원 문제에서는 그 공식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학생 본인은 "머리가 나쁜가 보다"라고 생각하고, 부모님은 "제대로 안 외웠다"고 봅니다. 그런데 심리학에서 100년 넘게 반복 확인된 사실은 조금 다릅니다. 기억이 사라지는 속도는 머리가 좋고 나쁨보다, 그 정보를 어떤 방식으로 집어넣었는지에 훨씬 크게 좌우된다는 것입니다.
에빙하우스가 1885년에 무의미 철자를 외우고 시간에 따라 얼마나 남는지 측정한 실험이 그 출발점입니다. 핵심은 곡선의 정확한 모양이 아니라, 그가 일부러 의미 없는 자료를 골랐다는 점입니다. 의미가 없을수록 빨리 잊힙니다. 뒤집어 말하면, 같은 공식이라도 의미를 붙여 넣으면 훨씬 천천히 잊힙니다.
핵심개념 상세
기억에 정보를 집어넣는 것을 부호화라고 합니다. 부호화에는 깊이가 있습니다. 크레이크와 록하트가 1972년에 정리한 처리 수준 이론이 대표적인데, 같은 정보라도 어느 수준까지 처리했느냐에 따라 남는 정도가 달라진다고 봅니다. 공식 암기에 그대로 옮기면 이렇게 나뉩니다.
- 소리 부호화(얕음) — "에이 플러스 비 제곱은, 에이 제곱 플러스 투 에이 비 플러스 비 제곱." 리듬과 발음으로 외웁니다. 빨리 들어가지만 리듬이 한 번 끊기면 통째로 날아갑니다.
- 시각 부호화(중간) — 교재의 노란 상자에 있던 공식의 생김새를 사진처럼 기억합니다. 글자 배치는 떠오르는데 부호가 플러스였는지 마이너스였는지가 흐려집니다.
- 의미 부호화(깊음) — 이 공식이 어디서 나왔고 무엇을 계산하는 도구인지를 함께 기억합니다. 잊어버려도 그 자리에서 다시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이 글이 도움이 됐다면